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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과 행동의 상관관계를 파악하기 위한 스탠퍼드 감옥 실험

by bonheur-1113 2024. 3. 22.

감옥 실험

1. 스탠퍼드 감옥 실험 개요

이 글에서는 1971년 여름에 수행된 스탠퍼드 감옥 실험(SPE)에 대해 설명해 보고자 합니다. 이 실험은 감옥이라는 환경이 인간의 반응과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관찰하기 위하여 2주간의 기간을 정하여 실시되었고, 스탠퍼드 대학의 심리학과 교수인 필립 짐바르도(Philip Zimbardo)가 주관하여 연구팀을 이끌었습니다. 실험에 대한 준비가 끝나고, 연구팀은 신문에 교도소 생활에 대한 심리학적 연구를 위한 참가자 모집 광고(조건은 남자 대학생이며, 참가 혜택은 하루당 15달러)를 게재하여 지역 사회의 남학생들을 모집하였습니다. 그 결과 총 75명의 남학생이 지원하였고, 연구팀은 이 지원자들의 심리적 안정성을 평가한 후 최종적으로 26명을 선발하였습니다. 그리고 참가자들에게 무작위로 반절은 수감자, 나머지 반절은 교도관으로 배정하고 실험을 시작하게 됩니다.

 

2. 무시무시했던 6일간의 실험 과정

실험이 시작되기 전날, 대학교 지하실에 각각 세 명의 수감자를 수용할 수 있는 모의 감옥이 설치되었습니다. 그리고 교도관 역할을 맡은 참가자들(이하 '교도관')을 불러 그들이 우월해서가 아니라 우연에 의해 교도관이 되었다는 사실을 인지시켰습니다. 그리고 실제 교도관과 유사한 근무복과 선글라스(눈 마주침 방지), 곤봉 등을 제공하며 수감자들을 감시하고 법과 질서를 유지하라고 지시하였습니다.

 

실험 시작 1일 차, 수감자 역할을 맡은 참가자들(이하 '수감자')은 그들의 집이나 지정된 장소에서 지역 경찰에게 가상으로 체포되는 것부터 시작하였습니다. 연구원들은 그 과정에서 참가자들의 반응을 관찰하고자 수감자 역할의 참가자들에게 이를 알리지 않았습니다. 미란다 원칙 고지, 지문 채취 및 머그샷 촬영 또한 그대로 수행하였고, 모의 감옥에 끌려가서는 알몸 검사, 분말 소독 등을 받고 발목에는 쇠사슬이 채워졌습니다. 그리고 이름 대신 수감 번호를 부여받고, 모의 감옥에 갇혔습니다.

 

2일 차 새벽, 수감자들은 교도관의 기상 호루라기 소리와 곤봉을 울리는 소리에 불만을 표현하였고, 이는 곧바로 심각한 갈등으로 이어졌습니다. 이에 교도관들은 아무런 지시를 받지 않았음에도 소화기로 그들을 진압하고 무력을 행사하기도 하였습니다. 이에 짐바르도 교수가 직접 교도관과 죄수들에게 말로 설득하며 갈등을 통제하고자 노력하였습니다.

 

3일 차에 들어서는 교도관들이 반란에서 미미한 역할을 한 수감자들을 분리하여 보상하고, 반란을 주도한 수감자들에게는 권력을 남용하여 모욕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성적 학대를 포함한 고문 행위, 화장실 사용을 제한하며 심지어는 감옥에 있는 양동이에 용변을 보도록 강요하기까지 하였습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자 고작 3일 만에 수감 번호 8612가 첫 번째로 실험을 포기하였습니다. 그는 짧은 시간 안에 정신적 쇠약을 겪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4일 차, 수감자들은 가톨릭 신부와의 면담이 있었는데, 11명 중 9명의 수감자가 본인을 이름이 아닌 수감 번호로 소개하였고, 변호사가 필요하다며 간청하였습니다. 이들은 자신들이 원하면 언제든지 실험을 포기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 3일 만에 실제 수감자의 심리 상태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렇게 점차 분위기는 험악해지고, 5일 차에는 수감자들의 면회가 있는 날이었습니다. 두 명의 방문객만이 교도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단 10분 동안만 수감자의 면회가 가능하였습니다. 가족들은 실제 수감자들을 걱정하며, 변호사와의 연락을 계획하기도 하였습니다. 같은 날 짐바르도의 동료 크리스티나 매슬랙(Christina Maslach)이 모의 감옥을 방문하여 교도관들이 수감자에게 행하는 가혹 행위를 목격하게 되었고, 연구의 중단을 강력히 주장하였습니다. 매슬랙의 반대, 부모의 우려, 교도관들의 잔인성 증가 등으로 결국 6일 차에 이 실험은 중단되었습니다.

 

3. 상황과 행동의 상관관계 : 인간의 악함은 외부 상황에서 기인한다

이 실험에 대한 짐바르도의 해석에 따르면, 개인의 성격 특성이 아니라 모의 감옥이라는 상황이 참가자들의 행동을 유발했음을 나타냅니다. 이 실험은 '절대 선'과 '필요악'에 대해 동시에 반박합니다. 즉, 평범한 인간도 선을 유지하기 힘든 상황에서 얼마든지 악에 빠질 수 있으며, 악을 통제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결론을 도출했지만, 짐바르도의 소홀한 관리 감독, 교도관의 가혹 행위로 인한 수감자들의 심리적 고통 등 윤리적으로 많은 비판을 받는 실험이기도 합니다. 이 실험을 기점으로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에 대한 윤리적 지침이 더욱 엄격해지게 되었고,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이 이 경험으로 인해 어떤 식으로든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는 윤리적 사항이 중요하게 여겨지게 됩니다. 따라서 만약에 실험의 경험으로 참가자가 피해를 본다면, 심리적 피해를 평가하고 필요한 경우 참가자를 재활시키기 위한 대책이 가능한 한 빨리 이루어져야 한다고 명시합니다. 부득이하게 지연될 경우, 연구자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조치하여야 합니다.